머리 좋은 친구/후배들에게, 또 다시 오지 않을 기회를...
2010/06/14 19:57
먼저 '한국 시장을 나눠먹자'가 아니라 '글로벌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마음가짐을 지녀야 한다. 그리고 한국에 있는 그 똑똑한 인재들이 또 하나의 판타지풍 MMORPG를 만들겠다라던가 밀리터리 FPS를 만들겠다가 아니라, 이 글로벌한 시장에서 경쟁력있는 콘텐트, 차별화된 콘텐트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필요하면 교육하고, 힘을 합치도록 모아야 한다. 자연에서도 에너지가 엔트로피가 높아지면 쓸모가 없어지지만 한 곳에 모아 엔트로피를 낮추면 비약적으로 유용하게 된다.
(김동신 대표, 파프리카랩, 한국에서 태어날 글로벌 기업을 꿈꾸며)
김동신 대표가 운영하는 블로그에서 임의로 발췌한 글이다. 오늘은 이 글을 인용하면서 글을 시작해볼까 한다. 소름이 돋을만큼 잘 쓰신 글이라서 뭐라 감히 첨언하기가 힘들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똑똑한 인재들"이 해야할 일을 명확히 짚어내신 부분이다.
며칠 전, 미국에서 열심히 공부중인 친구, 전호정(Octo) 군이 "삼성 v. 애플"에 대한 아래 글에, 개발자들과 마케터의 대결같고, 한편으로는 삼성에서 고생하는 많은 기술 인력이 푸대접 받는 것 같아 아쉽다는 댓글을 썼다가 지웠다. 내가 댓글을 열심히 쓰고 있는 중에 지워졌는데, 백번 그런 느낌을 가질만 하고 동의한다.
삼성의 석박사급 인재들이 기 천명이라고 한다. S급 인재들이 모여서 열심히 만들었는데, 그깟 스티브잡스의 키노트 한 번에 마치 갤럭시S는 저급 스마트폰이고, 아이폰4는 고급 스마트폰인양 비교 당하는 것은 나 역시 기분 좋은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엄청한 메시지가 있다. 바로 그 석박사급 인재들이 왜 모두 한 곳만을 바라보고 있는가이다. 서울대, 카이스트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석사, 박사 학위를 하고 나면 삼성같은 대기업에 가서 안정적인 직장과 높은 연봉을 기대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벤처하겠다거나, 중소기업에 취직하면 무언가 문제가 있다고 의심받기 마련이다.
법대 나온 사람들 사법시험에 미쳐있고, 인문/사회대 출신들은 행정고시에 미쳐있다고 공대 사람들이 비난하지만, 공대 사람들 역시 삼성전자와 구글에 미쳐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높은 연봉과 안정적인 직장이 우수한 인재들의 최종 종착지라는 사실에, 큰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
후배들이여, 창업하자.
예전에 이투스를 창업한 김문수 대표가 이런 말을 했었다. 이투스를 빨리 시작했던 이유 중에 하나가, 사업의 실패를 맛보더라도 30대에 맛보면 실패지만, 20대에 맛보면 경험이고, 학습이라고... 백 번 옳은 말이다.
나이가 들고, 부양할 가족과 내 급여만을 기다리는 처자식이 생기면 위험회피적(risk-averse)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20대엔 용감하게 해보고자 했던 일도, 이제는 수익성을 따지고, 최소한 내가 그걸로 지금의 생활은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는 "어이없는" 장벽을 치고 만다.
일전에 대한민국에서 제일 연봉 많이 주는 은행을 다니던 친구가 과감히 사직서를 내고 나와버렸다. 이유를 물어보니, 자기 옆 자리의 과장, 뒷 자리의 부장을 보면서, 자신의 10년 뒤, 20년 뒤의 모습이 그대로 보이더란다. 그렇게 20년을 살고 나면 너무나 후회할 것 같아서 박차고 나왔다는데, 그 말이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었다.
창업을 하여 조직을 책임을 진다는 것이 버거운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런 책임감은 어느 곳에서건 있기 마련이다. 삼성으로 도망가는 것은, 그 책임을 조직 전체로 충격완화하여 내가 누리겠다는 위험회피적인 발상이고, 지극히 이기적인 발상에 다름 아니다.
하고자 하는 일을 찾아가보자.
갑자기 이런 이상한 글을 쓰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미국의 건강한 IT 생태계를 지지하고 한국에서도 그런 생태계가 생기길 바라는 것이다. 삼성이 갤럭시S를 내놓으면서, 삼성앱스토어 마켓에 개발자들이 앱을 등록하게 하기 위하여, 경제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지금의 모습을 경계하는 것이다. 혹자는 삼성이 4조원 정도면, 전 세계의 괜찮은 앱을 모두다 삼성앱스에 등록시킬 수 있겠다는, 아주 폭력적인 계산을 내놓기도 했다.
똑똑한 인재들이 이제는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 삼성에 들어가지 말고, 사법시험을 접고, 자기의 일을 찾아갔으면 한다. 창의적인 인재들이 세상으로 나와서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어줄 때, 비로소 건강한 IT 생태계가 육성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과정에는 수많은 난관이 존재하고, 너무나 낭만적인 이야기만 펼쳐놓았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알을 깨고자 시도해보길 바란다. 아직도 대한민국의 IT에는 아름다운 다이아몬드로 변화될 수 있는 많은 원석들이 존재하고 있다.
누군가의 말처럼, PC통신에서 인터넷으로 변화되는 플랫폼의 변화시기만큼이나, 큰 변화가 우리 앞에 닥치고 있다. 모바일 환경으로의 변화는, 엄청난 후폭풍을 가져올 것이다. 우리 생활은 지금까지의 고정관념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화되어 갈 것이다.
우리의 다음 세대는 모바일 기기에서 인터넷을 하는 것이 당연한 세대에 태어나게 될 것이고, 그에 걸맞는 서비스/기술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필요하다면 손을 맞잡고 가자. 김동신 대표의 글에서처럼, "자연에서도 에너지가 엔트로피가 높아지면 쓸모가 없어지지만 한 곳에 모아 엔트로피를 낮추면 비약적으로 유용하게 된다."
스티브 잡스에 열광하는 아이폰 대중들은, 새로운 IT생태계 전반에 열광하는 것이지 한입 베어먹은 사과 로고에 열광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10년 쯤 뒤에는, 다들 무릎을 팍 치면서, 아 그 모바일 플랫폼의 변화시기가 정말 중요한 시기였어라고 회고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유머 하나 첨부해 본다.
스티브잡스나, 빌게이츠처럼 되어서 은행에 대출해주는 "유쾌한 상상"을 해보면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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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대학원 다니면서 문뜩 벤처같은 걸 생각은 해봤는데.. 병역특례를 끝내고 나니 서른을 훌쩍 넘겨버리니 창업이 겁나긴 하더군요. 그리고 그때 아이템도 없었고..
요즘도 좀 생각은 해보는데...
그리고, 매일 머리속에서 돌덩이를 몇개씩 넣고 다니듯
몽롱하고 아무의미없이 왔다갔다 하는 삶에 물려서..
다 정리하고 한 한두달 여행갔다와서 뭔가 다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곧 있으면 40인 나이가 더욱 부담되긴 하더라고요. ㅋㅋ
비단 창업 만이, 자기 혼자만의 아이디어 만이 최고는 아니라 생각한다...
사람은 참으로 다양한다. 그대나 문수처럼 도전적으로 창업의 의지를 가지고, 사람들을 리더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는 동시에,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거나, 리더보다는 보좌 역할이 더 어울리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삼국지에서의 공명은 리더가 아닌 보좌였지만, 리더보다도 더 그 팬이 많은 사람이 되었다.
삼성에 취업하려는 인재들이 비단 "돈", "안정된 직장" 때문에 그 회사를 선택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
엔지니어의 경우에 한가지 기술을 통달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박사 정도 된다면 그 정도 될듯. 하지만 그 기술 혹은 지식이란 것이 사업과 연결된 수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스탠포드에서 박사를 하고 AFM, NSOM 장비를 만드는 회사를 차려서 지금은 나름 메이저급 회사와 경쟁하는 Park systems 같은 경우는 우리 엔지니어가 보기에 가장 이상적인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자기의 지식을 기반으로 아이디어를 내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내고, 또 이윤을 창출했지. 또 다른 이상적인 케이스는 삼성 펠로우가 되는 것일 것이다. 왜 삼성인가? 삼성이라는 회사는 엔지니어들을 키울 능력이 되는 회사이다. 그 회사에 가면 그간 공부한 지식들을 써 먹을 수가 있지. 한예로 나는 미국서 4년동안 레이저를 다루었다. 과연 우리 나라에서 레이저를 실제로 사용하는 회사가 얼마나 될까? 엔지니어들이 공부하는 것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것은 아이디어만 있다고 할 수가 있는게 아니라는 것이 그대가 놓친 부분이 아닌가 한다. 물론 공부한 것을 그대로 사업에 이용하라는 법은 없지만...
참, 한가지 더...
내가 우연히 기회가 있어서 삼성의 한 수석 연구원에게 물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만족을 하는지 하고...
그 분 대답이, 자신이 개발한 제품이 실제로 만들어져서 사람들이 사용하는 모습을 볼때 참 뿌듯함을 느낀다고 하시더라. (사실 내 질문의 의도는 교수 하고픈 욕심도 있었을텐데, 회사에 들어간 게 어떠냐? 였지만^^;;) 듣고보니 그럴수도 있겠다 싶더군.
그대가 뭔가 새로운 기획을 해내고, 그것을 사람들이 이용하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끼는 것처럼 말이지...
(참고로, 나는 내 논문이 한편이라도 더 출판되면 뿌듯하고, 한번이라도 더 인용되면 뿌듯하다..ㅋㅋ)
(그때 썼다 지웠던 글도 마찬가지)
내가 하고픈 말은 삼성, 그 안에서 일하는 수많은 엔지니어가 없었으면 지금의 반도체 기술, 디스플레이 기술(LCD나 AMOLED)은 없었다는 거지. 그런 기술 없이 아이폰도 있을 수가 없었고...
매니저나 기획자 입장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기술을 개발하는 엔지니어 입장에서도 한번 생각해보시게...^^
ㅋ 주말에 집사람이 댓글봤냐고 해서 무슨 댓글인가 했는데 이 댓글이었군.. ^^
결코, 단연코, 많은 사람의 다양성을 무시하자는 것이 아님... 엔지니어로서, 조력자로서, 협력자로서, 심지어는 학계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많은 선배, 동료, 후배들을 욕보이고자 함은 아니라는 걸 알잖아~
사회정의를 위해 판사, 검사, 변호사 직군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들을 욕보이고자 함은 절대 아니고, 나나 문수와 같은 창업 DNA를 가지면서도 아무런 생각없이 남들과 똑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남기는 글이라고 읽어주면 잘 읽히지 않을까??
자네의 댓글을 보고 나서, 아 글을 쓰면서 내가 참 경솔했구나 싶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선후배 동료들에게 면목이 없다.
뭐, 경솔까지야...^^
자네가 걸어온 길을 알고 이 블로그를 자주 찾는 사람이라면 당연지사 알 것이오...
예전의 자네와 달리 지금은 구체적인 꿈이 서 있는 자네를 보며 친구로서 자랑스럽다네. 그런 자네에게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나도 마찬가지이지만) 한우물만 파다가 주변의 것들을 놓치지 말자는 것일세..